삼필봉찬가`수필사랑문학회`수필사랑26권 수록
*삼필봉 찬가*
(삼필봉은 대구 달서구 청룡산,달성군 마비정 벽화마을 사이 경계 지점산
오늘도 서둘러 등산화 끈을 조여맨다.
설거지며 청소는 뒷전으로 미루고,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삼필봉으로 향한다.
아파트 쪽문을 나서서 큰길 하나만 건너면 이내 산이 시작되는 초입이다.
스산한 가을 바람이 부는 요즘같은 날은 호젓한 기분을 느끼기에 더 없이 좋다.
대구의 서쪽 끝자락에 있는 삼필봉은 앞산의 끝자락이며, 비슬산의 시작점이다.
달서구와 달성군이 사이좋게 봉우리를 반씩나누어 가지는 매력 덕분에
잠시만에 산을 넘어 도시에서 시골로 이동이 가능하다.
내가 달성군 출신이라 그런지,산을 넘어 도착하는 시골 마을이 마치 사라져 버린
고향인것만 같아 정겹기 짝이 없다.
그 시골이라는 곳이 요즘 소문이 자자한 마비정 벽화마을이다.
어엿하게 양지로 태어난 곳이다.예전에 그동네 친구들은 날씨가 궂은 날은,
학교에 오기를 포기할 만큼 멀고도 험한,고립의 쓴맛을 감내해야 했다.
온갖 짐승과 귀신의 소문은,마치 거기가 원천인 줄 오해 받을 만큼 오지중의 오지였다.
예전에는 단 한번도 가 본적이 없는 동네를,수십년이 지난 지금 봉우리를 하나
넘어 가뿐하게 도착할수 있으니,매번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좋은 시절 다 보내고 이제야 영화를 누리는 늙은 주민들은 호박전과 수제비를
끊여 팔고,농사지은 푸성귀 몇 가지로 나그네들의 손길을 붙든다.
매스컴에 노출되면서 그 작은 마을은 이제 꽤나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아마도 지역의 수장들이 머리를 싸매고 한 동네를 세상밖으로 나오게 힘을 쓴
덕분일 것이다.거대한 아파트촌을 내려다 보며 무한한 정기를 제공하는 덕택에
삼필봉에는 사람들이 끊이질 않는다.자연 그대로의 모습은 최대한 살려두고
오르기 좋게 둥근 나무로 계단을 이따금 만들어 놓은 것이 인위적인 흔적의 전부다.
호시탐탐 유혹해 오는 소나무 숲의 향긋한 내음과 만족할만한 운동량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산의 자랑거리는 오가는 내내 쓰레기 한점 볼수 없다는 점이다.
오래전 하루도 빠짐없이 산을 오르내리며 쓰레기를 줍는 어르신들이 등장했고
그분들 덕에 산객들은 자연스럽게 산을 아끼고 보호 하는 마음을 갖게 된것이다.
그뿐이랴,숨이 한참 가쁜 지점에 이를때마다 어김없이 자그만한 꽃밭이 나타난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헉헉대다가 꽃을 발견 하면 금방 시름을 잊게 되는데,그것 또한
어느 교직자의 노력의 산물이다.더우나 추우나 산 속 꽃밭을 일구던 할아버지가
작년 부터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것이 꽃을 볼때마다 안타깝다.
지금은 코스모스가 군락을 이루어 산을 넘나드는 바람의 손을 잡고 춤을 추고 있다.
중턱에 턱하니 나타나는 꽃밭을 보고 발길을 멈추지 않는 이는 없다.
땀을 식힌후,빽빽한 소나무 숲 사이로 난 부드로운 흙길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두지역의 경계 지점이 나타난다.그곳에는 보란듯이 긴 나무 벤치들이
햇살에 반짝이고 있다.얼마전 달성군에서 설치해 놓은 것이다.
목표를 어느정도 달성했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삼삼오오 벤치에 앉아
간식을 먹거나 수다를 떤다.오랜 세월 도시의 가려졌던 존재의 미미함을
마치 벤치의 행렬로 만회하는 것 같다 `여기 까지는 우리 땅 입니다`하고
외치는듯 벤치마다 군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것도 미소를 머금게 한다.
이곳에는 어느 쪽으로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접어들 수 있게 여러 갈래의
길이 나 있다.산행이 조금 부족하다 싶은 마니아들은 입맛대로 길을 선택해 다시
걸음을 옮긴다.수목원 쪽을 향하거나,용연사를 지나 비슬산까지도 좋고,반대편으로는
앞산 정상을 정복할수도 있어 산객들에게는 인기가 그만이다.
나의 선택은 마비정으로 향하는 내리막길일 때가 많다.
하나의 산인데도 이상하게 경계선만 넘어가면 산은 더욱 시골스럽고 정답고
청정해 보인다.도시 사람들을 유치하기 위해 새로 낸 산길은 개발을 최소화한 덕에
본래 있던길로 착각할 만큼 투박하고 촌스럽다.아무 생각없이 저벅저벅 내려오다 보면
이내 턱하고 동네 지붕들이 보이고,담 너머로 풍기는 고소한 부침게 냄새가 나그네의
허기를 부추긴다.혼자서라도 산을 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배를 채우고 나면 다시 걸어야 제맛이다.삼십 분쯤 읍내쪽으로 걷다보면
남평 문씨 세거지가 나타난다.흙담을 따라 굵고 짙푸른 소나무들이 오래된 가문의
광을 지키고 서 있는데 한 시대를 풍미한 걸출한 인물들을 배출해 낸 기운을
고스란히 느낄 수가 있다.그렇게 느긋한 행보를 즐기다가 한두시간에 들어오는
시골 버스에 오른다.읍소재지의 큰길에서 내려,도시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고는
내가 사는곳으로 돌아 온다.도시를 빠져나와 산을 넘고,시골을 순례한후 다시 도시로,
이동하는 동안 마음은 여유롭고 넉넉해진다.
돌아보니 지금까지의 내삶의 흔적은 정확히 이 두 지역에 반씩 나누어져 있다.
달성군에서 태어나 이십여 년을 살았고,결혼해서는 줄곧 달서구에서 이십여년이다.
고향의 심줄은 대단해서,유년의 기억이 총망라된 고향의 반경을 결코 이탈하지 못하게
나를 묶고 있다.아니 스스로 묶여 있기를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젊을때는 낯선 도시를 향한 열망도 있었지만,이제와 생각해보니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있으랴 싶다.
바람과 햇볕이 조화로이 넘나들어 언제나 쾌적하고 청명한산,그 푸근함을 지척에 두고 사는것은
적챦은 행복이다.인근 사람들은 물론이고,먼곳에서 차를 타고 와서 산을 오르는 이들까지
삼필봉은 날마다 생기로 가득하다.명산이 따로 있으랴,언제라도,누구라도 기꺼이 감싸안을 태세로
우뚝 서 있는 모습이야 말로,우리 동네의 값진 재산이다.
((( *삼필봉 찬가* `수필사랑문확회` 작가-김경순:화원초등5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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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원초등53 벗님들,달성 테마 배경) `가는해 오는해 영상` 아듀!! 2015~